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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저널 김현명의 발리우드⑯] ‘마살라’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의 요리를 포함하는 남아시아 요리에서 대체로 향신료들의 혼합을 일컫는 용어이다. (위키백과 참조)
그러니까 영화에서의 ‘마살라’는 여러 흥미 요소들을 잘 버무려 작품성과 흥행성,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조미료 같은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 ‘화염’(1975)은 70mm 대형 블록버스터로, ‘수제 명품 마살라’이다. 상영시간은 3시간 24분에 이른다.
줄거리는 이렇다. 대륙의 남부 산악 마을 라마가르. 마적 가바르 싱(암자드 칸)일당에게 가족이 몰살당한 전직 경찰관 하고 타쿠르(산지브 쿠마르)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경찰관 시절 악연을 맺은 2인조 도둑 비루(다르맨드라)와 자이(아미타브 밧찬)를 고용한다.
가바르 싱 일당과 비루, 자이의 살벌한 전투가 벌어진다. 이 와중에 마차를 몰며 한 미모 하시는 터프 걸 바잔티(헤마 말리니)가 비루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타쿠르의 홀로 된 며느리 라다(자야 바두리)는 자이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전장에 싹트는 로맨스와 두 터프 가이의 갱생, 마적들과 치열한 사투 속에 자이는 쓰러져 다시 일어날 줄 모르고 광분한 비루는 악당들을 모두 지옥행 열차에 태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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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은 촬영 장비도 변변치 않던 시절. 그 4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웰 메이드 ‘수제 명품’이다. 디지털 영화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생생한 질감이 즐거운 아날로그 영화다. 60~7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스파게티 웨스턴 무비’(Spaghetti Western Movie)의 인디아판 ‘커리 웨스턴’(Curry Western)이다.
인도 남부 카르나카다의 산악지대 라마나가라를 배경으로 박진감 넘치는 마상 액션은 아날로그 영화의 백미를 보여주고,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현란한 액션을 화면에 담은 카메라 워킹과 뛰어난 편집은 판타스틱이다.
‘액션 킹’이라 불린 당대 최고의 배우 다르맨드라(35년생), 최고의 로맨스 가이 산지브 쿠마르(38년생), 청춘스타 아미타브 밧찬(42년생), 여배우 헤마 말리니(48년생), 자야 바두리(48년생)와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를 패러디한 연기로 큰 웃음을 주는 교도관 역의 아스라니(41년생)등 쟁쟁한 출연진들과 스턴트맨들의 화려한 연기는 감동+이다.
‘All Time Blockbuster’, ‘Best Film of 50 Years’ 등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인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 영화’로, 2013년 시민훈장 ‘파드마 쉬리’를 수상한 베테랑 감독 라메시 시피(47년생)의 대표작이다.
라메시 시피는 3대째 이어져 오는 영화감독 가문의 일원이다. 아버지 G.P 시피(1914~2007)는 감독과 프로듀서로 많은 업적을 남기고, 인도 영화협회 대표와 TV 영화 프로듀서 조합 대표 등을 지낸 거물 영화인이다. 그가 바로 이 영화 ‘화염’의 제작을 맡았다. ‘둠 마로 둠’(2011), ‘나우탄키 살라’(2013)등을 만든 로한 시피(76년생)감독은 라메시 시피의 아들이다.
시나리오를 쓴 살림–자베드 콤비는 70~80년대 최고 인기 작가로 살림(35년생)은 인기스타 살만 칸, 아르바즈 칸, 소하일 칸의 아버지이다. 그는 이 영화의 뮤직 시퀀스에 특별 출연한 최고의 댄서 헬렌의 남편이기도 하다.
자베드(45년생)는 유명 감독이자 배우인 파르한 악타르와 여류 감독 조야 악타르의 아버지이며, 베테랑 스타 사바나 아즈미(50년생)의 남편이다.
‘화염’에서 도둑 비루를 연기한 다르멘드라는 2004년 고향 라자스탄의 하원의원 선거에 인도 인민당 후보로 출마, 당선되어 5년간 의회 활동을 하기도 했고 2012년에는 최고 시민훈장 ‘파드마부산’을 수상했다.
이 영화에서 상대역을 맡았던 헤마 말리니는 다르멘드라의 두번째 아내다. 헤마 말리니는 60~70년대 발리우드 최고의 스타이다. 그는 2000년 최고 시민훈장 ‘파드마 쉬리’를 수상했고2000년에서 2003년까지 여성으로서는 처음 인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또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인도 인민당 상원의원으로 의회 활동을 한 슈퍼 우먼이다.
아미타브 밧찬은 ‘갓 오브 발리우드’라 불리며 최고 시민훈장 ‘파드마 쉬리’(1984), ‘파드마부산’(2001), ‘파드마비부산’(2015) 등을 수상한 대배우이다. 그는 이 영화에 함께 출연한 자야 바두리와 73년 결혼, 아들 아비섹 밧찬과 며느리 아이쉬와리아 라이를 두었다. 아비섹 밧찬과 아이쉬와리아 라이 모두 발리우드의 인기 스타이다.
자야 바두리 밧찬은 1992년 최고 시민훈장 ‘파드마 쉬리’를 수상했고, 사회주의 정당 ‘사마지와디 파티’ 소속 상원의원으로 의회활동(2004년~2010년)을 하기도 한 여걸이다.
[글=김현명(영화감독·인도영화문화연구소장) / 사진=‘화염’포스터 및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