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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저널 김현명의 발리우드⑱] ‘잉글리시 빙글리시’(English Vinglish, 2012, 상영시간 2시간 13분)는 ‘은막의 여왕’으로 불리는 인도의 명품 배우 스리데비(Sridevi, 1963년생)의 대표작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중년 부인 샤시(스리데비)는 ‘라두’라 불리는 스낵을 만들어 파는 평범한 주부이다. 남편 사티시(아딜 후세인)와 딸 사프나(나비카 코티아)는 샤시의 빈약한 영어 실력에 엄청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딸의 학교를 방문하는 날, 온통 유창한 영어만을 사용하는 선생과 학부모들 속에서 영어와 친구가 되지 못한 샤시는 그만 주눅이 들고 만다.
이런 상황에 놓인 샤시에게 또 뉴욕에 살고 있는 동생이 조카의 결혼 소식을 전해 온다. 샤시는 결혼식을 돕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가뜩이나 영어에 주눅이 들어있는 샤시의 뉴욕 생활은 불안 불안 위태 위태하기만 하다.
하지만 샤시는 용기를 내 맨해튼의 영어 학원에 등록을 하고 프랑스, 멕시코, 중국, 타밀 등 각지에서 온 같은 처지의 클래스메이트들과 열공 모드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자신감을 갖게 된다.
드디어 결혼식 날, 샤시는 가족과 하객들 앞에서 조카의 결혼을 축하하는 멋진 영어 스피치로 모두를 놀라게 하는데..
“내 자신이 싫을 땐 내 주변의 모든 게 싫어져요. 새로운 것에 더 끌리게 되죠. 내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 지루한 일상도 새롭게 보이고 멋져 보여요. 고마워요. 날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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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시나리오와 연출이 주는 즐거움과 소소한 일상의 잔잔한 감동에 젖어 드는 즐거움, 그리고 주인공 스리데비의 명품 연기에 빨려 들어가는 즐거움이 좋은 영화. 아름답고 멋진 영화다.
여배우 최초로 ‘슈퍼스타’의 칭호를 받은 ‘스리데비’를 15년 만에 은막으로 돌아오게 만든 작품이다.
스리데비는 인도의 ‘메릴 스트립’으로도 불리며 타밀, 텔루구, 힌디, 말라얄람, 칸나다 시네마 등 인도 전 지역의 영화에 출연, 명품 연기로 큰 인기를 얻은 대륙의 독보적 스타.
단편 영화와 다큐멘터리, 광고 영화 등으로 유명한 가우리 신데(Gauri Shinde,74년생)감독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첫 번째 장편 영화로 2012년 발리우드 최고의 영화 중 한편이다. 이 영화로 가우리 신데 감독은 ‘필름페어 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독차지 했고 스리데비는 ‘스타더스트 어워즈’에서 주연상을 수상했다.
제작을 맡은 R. 발키는 ‘설탕을 조금만’(2007)과 ‘아버지’(2009) 등을 만든 유명 감독으로 가우리 신데의 남편이다. 타밀과 텔루구 버전으로 더빙, 동시에 개봉해 큰 성공을 거두었고 대륙 전 지역에서 상영되었다.
스리데비의 컴백을 축하해 주기 위해 대 스타 아미타브 밧찬이 스리데비의 뉴욕행 비행기에 나란히 앉아서 가는 승객으로 카메오 출연했다.
‘굿모닝 맨하튼’이라는 제목으로 2014년 한국에서도 개봉했으나,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록에 따르면 관객 동원 31,334명이었다. ‘영어울렁증’에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큰 도움을 준다.
[글=김현명(영화감독·인도영화문화연구소장 / 사진=‘잉글리쉬 빙글리쉬’ 포스터 및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