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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영역과 동양적인 장르를 풍성하게 아우르며 자신만의 기조방식을 묵묵히 확장해 가고 있는 서수영 작가가 이달 30일(목)부터 FM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달항아리, 매화를 품다!>라는 제목 아래 20여 점의 작품과 15점의 드로잉을 선보이게 될 이번 전시는 ‘2019 예비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함께 한다. ‘2019 예비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은 미술 작가들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화랑 및 비영리전시공간에 작가를 발굴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수영 작가는 30여 점의 크고 작은 <달항아리, 매화를 품다!>에 흰 항아리 위의 홍매, 백매, 청매화를 확대해 그려 넣었다. 꽃송이가 항아리 크기만 한 게 낯설어 유독 눈이 가지만 붉은 꽃의 홍매 작품은 지난해의 모란과 동백을 주제로 했던 그림과 유사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이는 꽃술을 약간 도드라지게 선묘로 표현했고, 흰 꽃잎은 호분을 한 번 더 발라 큼직한 매화의 입체감을 살렸기 때문이다.
또 매화의 친구 격으로 등장하는 모시나비의 날개로 시선을 옮기면 잔털 붓질이 사랑을 나누는 교미 장면까지 디테일하게 표현된 것을 볼 수 있다. 작품에 따라 간간히 섞여 있는 해·달·별·물고기 등 또한 작품을 감상에 대한 묘미를 더한다. 한글로 쓰여진 매화 시 역시 관람객들의 시심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물질보다는 정신으로 상징되는 매화는 고난과 역경의 현실에서 간절히 희구하는 이상의 피안이며, 삶의 굴레 속에서 이미 아득해진 이상의 그림자를 쫓는 간절한 선비의 마음을 대변한다. 서수영 작가 또한 작품을 통해 매화를 현실의 것이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상징으로 나타내고 있다. 작가의 매화는 맑고 명료한 색채로 만개한 형상인 동시에 특유의 색채 감각에 더해 보다 분방해진 신작들의 경향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서수영 작가는 기본적으로 채색을 기조로 하지만 작품을 통해서는 현상이 아닌 본질에 주목하며, 사실보다는 사의(寫意)를 강조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단순히 화려한 색채심미, 혹은 장식성이 아닌 또 다른 의미로 그려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의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결국 장르의 해체, 혹은 실험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수묵과 채색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의 절묘한 접점을 발견, 자신만의 고유한 매화를 찾아낸 것이라 하겠다.
서수영 작가는 “가장자리를 정리하지 않고 튀어나온 부분조차 자연스러운 화면으로 삼은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화면의 형태부터 지난해와는 다르다”며 “그러다 보니 붓질이나 화면 운영의 분방함과도 잘 어울리게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종이제작부터 필요한 크기와 형태를 스스로 만들었다”며 “바탕 재질의 느낌과 어울리는 방식을 찾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서수영 작가의 이번 전시를 통해 매화와 나비, 달항아리의 어울림이 전하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6월 13일(목)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