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과 베를린 은곰상 김민희가 다른 점 | 영화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메인 롤링

영화
이병헌과 베를린 은곰상 김민희가 다른 점
기사입력 2017-02-21 00:00   최종편집 TV저널
작성자 유진모

본문

▲ 콘텐츠판다 제공.     ©

 

[K스타저널 유진모 칼럼] 김민희가 18(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폐막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홍상수 감독)로 은곰상(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베니스국제영화제의 강수연(‘씨받이’), 칸국제영화제의 전도연(‘밀양’)에 이어 세계 3대 국제영화제를 한국 여배우가 모두 정복했다.

 

그러나 국내 시선은 싸늘하다. 김민희는 이 영화에서 유부남 영화감독을 사랑한 여배우 영희 역할로 열연했고, 현실에서 그녀는 역시 유부남인 홍 감독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대중으로부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해 꽤 많은 제작비를 들여 상업성과 작품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 명인 박찬욱의 아가씨로 주목을 받았지만 개봉 직후 홍 감독과의 관계가 알려진 뒤 사실상 스스로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번에도 여론을 의식한 듯 수상소감에서 향후 독립영화 위주로 활동하겠다는 뉘앙스의 코멘트를 냈다.

 

이병헌은 2014년 이른바 ‘50억 원 협박녀 사건의 내막이 알려지면서 부도덕한 이미지가 결정적으로 굳어지며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협녀, 칼의 기억’(이상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내부자들’(쇼박스 배급)의 촬영이 이미 끝난 상태.

 

롯데는 이병헌이 주인공이 아닌 할리우드 영화라는 점에서 20157월 조심스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개봉했는데 의외로 서운치 않은 흥행성적을 올리자 다음 달 과감하게 협녀, 칼의 기억을 극장에 내걸었지만 이병헌 전도연 주연에 김고은 주조연의 무협블록버스터란 표현이 낯 뜨거우리만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야했다.

 

그래서 쇼박스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내부자들의 순제작비 57억 원도 만만치 않은 돈이었지만 조승우 백윤식 등 다른 배우를 비롯한 수백 명의 관계자들 및 영화계에서의 신뢰도와 더불어 주가 등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개봉을 포기할 순 없었던 고민이다. 결국 그해 11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개봉했는데 의외의 놀라운 흥행결과를 맛봤다.

 

이를 계기로 이병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안개 걷히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가 불행 중 다행으로 열혈검사 우장훈(조승우)이 아니라 정치 경제 연예산업 등 전 분야에 걸쳐 악행을 일삼는 악랄하고 비열한 폭력조직의 두목 안상구 역을 맡은 게 큰 영향력을 끼쳤고, 신들린 듯한 연기력이 매조졌다. 당시 나온 유행어가 사람은 미워도 연기는 미워할 수 없다였다.

 

물론 그 전에 이병헌이 수시로 대중 앞에 고개를 조아린 사과가 튼튼한 발판이 됐다. 오히려 가장 큰 피해자인 이민정까지 마치 죄인인 듯 잠행을 했다. 이런 모든 여건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무난하게 이병헌에게 면죄부가 발부된 것이었다. 대중이 침을 뱉고 돌을 던져도 피하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애썼고 이후에도 그걸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게 주효했다.

 

법적인 잣대를 떠나 도덕적인 기준으로 간통죄도 폐지된 마당에 김민희의 혐의가 이병헌보다 훨씬 더 괘씸하다고 가늠할 잣대는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하를 받아야할 수상소식에 대중이 불쾌함과 짜증으로만 반응한다. 바로 소통의 노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

 

예술가와 연예인의 차이점은 돈이다. 예술가는 주체할 수 없는 독자적인 창작욕구를 마구 쏟아붓다보면 어찌어찌해서 돈이 생기지만 연예인은 애초부터 그 능력을 돈을 버는 데 집중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 단 한 점밖에 그림이 팔리지 않아 동생 테오에게 기대 살다가 그에게 빚이라도 갚을 기회를 주고자 권총으로 자살했지만 이듬해 테오가 죽는 바람에 마지막 희망마저도 이룰 수 없었다. 생전에 그림으로 부를 쌓은 화가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게 연예인과 예술가의 다른 점이다.

 

예술가든 연예인이든 그들의 명성과 부를 보장하는 것은 바로 대중의 지지다. 특히 애초부터 인기와 부를 추구하는 연예인의 입장에선 전문가보다 더 대중의 최면과 신봉이 절대적이다. 이는 오늘날 연예인이 거의 공인화된 사조와 연관이 깊다. 정치인이나 공무원, 재계의 큰손도 아닌 연예인이 공인으로 굳어진 것은 그만큼 대중의 사랑으로 인해 얻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20세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마어마해졌기 때문이다.

 

이병헌은 내부자들에 이어 지난해 마스터로도 승승장구했다. 이번 주 개봉되는 싱글라이더역시 이병헌의, 이병헌에 의한, 이병헌을 위한영화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대중의 그의 연기력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굳건하다. 그가 대중매체를 통해 내 연기인생에 몇 안 되는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극찬하며, 그래서 부분투자를 했다고 공공연하게 떠드는 점 역시 이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호감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이병헌의 거듭된 사과가 진심이건 연기건 대중은 알 수 없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대중이 특정 연예인에게 마취되는 것처럼 다수는 이병헌의 폴더 사과에 자연스럽게 무장을 해제한 뒤 백지상태에서 영화를 보기에 도덕적인 면에서의 이병헌을 보는 게 아니라 작품 속 그의 캐릭터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김민희와 이병헌이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김민희는 홍 감독과의 열애설이 보도된 초기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려하지 않고 오히려 눈과 입과 귀를 닫고 자기만의 에고 안으로 들어가는 모양새였다. 향후 예술영화만 하겠다는 계획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물론 배우나 감독도 어떤 면에선 예술가일 수 있다. 어느 분야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인의 경지에 올라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가정신까지 갖춘다면 예술가라고 디지털 이데올로기는 인식한다. 기획사와 일부 '광팬'이 연예인이라면 으레 아티스트'라고 떠받드는 바람에 그 용어 자체의 희소가치가 엄청나게 윤색되긴 했지만 극소수의 장인에겐 그런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김민희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한 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면 어느 정도 예술성을 인정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이 3개 영화제의 역대 수상자 모두에게 예술가란 칭호를 붙이기는 쉽지 않다. 연예인은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와 달리 대중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고 직접적으로 그들을 위무해줘야 하는 직업이란 점에선 예술가보단 딴따라쪽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지위고하, 빈부격차, 미색박색, 남녀노소를 떠나 모든 사람들에겐 동등한 행복의 권리가 있다. 김민희와 홍 감독이 서로 사랑한다면 그건 죄가 아니다. 다만 홍 감독이 훨씬 일찍 태어나 결혼했고, 김민희가 나중에 태어난 뒤 서로 만난 시차가 죄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바로 두 사람의 사랑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 즉 홍 감독의 가족이다.

 

사랑이란 감정은 시기조절이 불가능하다. ‘이혼한 뒤 사랑하겠다는 의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김민희를 째려보는 이유는 그녀와 홍 감독이 홍 감독의 가족의 아픔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거나 그들이 나을 수 있게끔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못 봤기 때문이다.

 

이병헌은 사건의 피해자다. 따라서 그가 가해자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스타라는 지위를 누리고 그에 따른 큰돈을 만질 수 있는 근간이 되는 대중의 분노에는 용서를 구할 필요가 지당하고 합당했다. 그런 맥락에서 김민희는 사과해야 할 대상이 이병헌보다 더 많았기에 이래저래 불리한 상황이다. 그게 힘들다고 예술영화만 하겠다는 식의 아집은 예술가로선 그럴듯할지 몰라도 여우주연상 수상자로선 그렇게 적절하다고 보기 쉽지 않은 근거는 사람 사는 세상풍토와 연예인이란 직업이다.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스토리로 보내기
  • 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 블로그로 보내기
  • 인쇄하기
많이 본 뉴스
신문사소개 | 기사제보 | 광고문의 | 불편신고 | 저작권문의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 무단 수집거부
회사명: 디에스미디어그룹/ 등록번호 : 서울, 아04367 / 등록일자 : 2017년 02월13일/ 제호 : 티브이저널 TVjournal 발행인 : 최전호 / 편집인 : 상임대표 최종옥 / 발행소주소 : 서울특별시 동작구 노량진로254. 301호(본동, 태평빌딩)발행일자 : 2017년 02월15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편집국장 정다운 / 발행소전화번호 : 02-813-6622ㅣ전화 팩스 : 02-813-5353 ㅣ기사제보 이메일: cjo3458@hanmail.net / TVjournal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므로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 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7 TVjournal. All rights reserved.